가을 이야기 글/박현진
거센 비바람 그치고 쓸쓸함을 불러 오는 아침
마음에 불어 오는 가을 바람 반기며
불쑥 불거져 오는 그리움 거세 하려고 길을 나섰다.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 우리 곁에 머물며
가을산(山)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완만한 길을 지나 호흡이 조여 올수록
주위를 맴도는 붉어진 그리운 사연 하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지난 여름 햇살에 키가 자란 단풍나무
알록달록 지나온 삶을 담아 어깨가 무거운지
와르륵 길에 낙엽을 쏟아 놓는다.
사람들 발길에 채이는 낙엽을 보며
삶에 버거워진 내 모습 같아
쉽사리 밟지 못하고 피해간다.
붉게 노랗게 익어가는 열매와 낙엽 그 시간을
통과하기 위한 몸부림 또한 아팠으리라
소중한 기억을 지우는 단풍 처럼
겸허한 마음이 되어
가을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다.